# 만원 한장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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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 들려 전구를 하나 고르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만원을 내주고 백원을 거슬러 받는다.
 만원 한장의 가치라..
 불현, 그 가치에 대한 생각이 옛 추억에 잠기게 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집은 참 가난했었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성장했다.
 아마도 나 혼자만이 가난했던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 모두 집안 수준이 좋지 않았던 탓이 컸던 것 같다. 피자라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것이였고, 유명새를 타기 시작하던 양념통닭을 하나 시킬테면 온가족이 둘러 앉아 잔치를 벌이던 기분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배달을 해줄 때 이야기.. 배달 오는 것 조차 꺼려하는 곳에 집이 있었다.
 
 못사는 동네의 가난한 아이. 하지만, 모나게 자라지 않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우리와 같다 생각했고, 부자라는 단어는 말그대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세계의 이야기였다.

 정확한 시기에 대한 기억은 이미 사라져버렸지만, 국민학교 저학년 즈음이였던 것 같다.
 아침에 등교 준비를 하면서, 어머니께 학교 준비물을 이야기했다.
 지각을 면하려면 학교로 당장 출발 해야 하는 마당에 준비물을 이야기하니, 어머니께서는 왜 아침에 바쁘고 정신없을 때 이야기 하냐며 꾸중을 하셨는데 어린 나이에 그것이 그렇게 서럽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냥 눈물을 훔치면서 야단스럽게 집을 나섰는데,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불르며 쫒아오셨다.
 못난 자존심일까? 서러움일까?
 뒤도 돌아보지 않는 나를 붙잡고, 어머니가 꼬깃꼬깃 접힌 파란 지폐를 건네주셨다.
 반으로 한번, 그리고 반으로 한번 더 접힌 만원 한장.
 얼마나 큰 돈인가?
 아마도, 어머니가 가진 돈의 전부였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어머니의 비상금이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반듯이 2번을 접어 보관했던 만원 한장을 손에 꼭 쥐어주셨다.
 그리고, 미안하다 하셨다.

 거기에서 기억은 끊기고, 만원 한장에 전구 하나를 사는 오늘의 내가 서있다.
 아직도 철없고 못난 아들 녀석이 이 이야기를 굳이 어머니께 들려준다.
 그때 그랬었지..

 어머니가 웃으며 그리고, 눈물을 보이시면 그 시절 기억은 다 잊으셨다고 한다.
 나도 눈가에 맺힌 눈물을 애써 감추며, 일상생활 하나의 웃음거리로 넘겨본다.

 무엇이 이 기억을 오늘까지 지워버리지 못한고 간직하게 한 것일까?
 지독히도 가난했던 시절의 아픔 때문일까?
 보다 힘들고, 무서웠던 시절도 있지만 그때는 오히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하지 않으려 한다.

 미안한 마음에 어디선가 꺼내신 빳빳히 접힌 만원 한장을 손에 쥐어주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어린 철부지였던 시절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잊지않으려 했던 것 같다.


2015/02/12 16:55 2015/02/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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