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자. 길을. 나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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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누구보다 일찍 길을 나선다.
그리운 이가 있어서도 아니요, 내가 유난히 부지런해서도 아니다.
그게 자연스럽고, 어느 순간이 오면 또다른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길에서 반가운이를 만나고 헤어진다.
그리고,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장소들, 어쩌면 그때의 순간을 같이 했었을 사람들을 스친다.
막연한 동경으로 이 길위에 섰던 때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 길을 다시 찾아 나는 그 갈증을 해소하고 만족할 수 있을까?
하나의 걸음 걸이를 반복하고 생각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진다.

난 길 위의 이방인이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지도 않으며, 나의 걸음 걸이 역시 비난 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때 유난히 힘들었던 페르돈의 언덕을 눈 앞에 두고, 마을의 알베르게를 수소문하지만 작은 바 한 군데만 열어있을 뿐 오늘 내가 쉬기 위해서는 언덕 저편의 마을까지 내려가야 했다.

괜찮았다. 걷는 것이 즐거우니까.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해가 질 시간이 임박해와도 어차피 나는 정해진 길 위에 서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화살표가 인도하는 이 길은 얼마나 편안한 길인가?
그저 나의 시간을 즐기면 될 뿐이다.

그렇게 마을에 다다르고 허름한 알베르게에 들어선다. 
큰 도시의 알베르게를 제외하고 스페인 카미노 길 위의 알베르게 겉모습은 허름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지친몸으로 접수를 하고 침대가 있는 곳으로 들어서니 론세스바예스에서 헤어졌던 청년들이 반긴다.
사촌형과 동생의 일행. 이 길이 끝나는 여정까지 인연을 계속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내게 부러움이였다.

의외의 만남과 반가움 속에 또 다른 하루의 밤을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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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길을 나서면서 푸엔테 데 레이나를 지났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때 잠을 청했던 마을 이고, 새해를 맞이했던 곳이였다.
이른 아침 이곳에서 맛본 카페봉봉(연유를 탄 커피)의 달짝지근함은 한국의 커피에 대한 그리움을 지워내기 충분했고, 여정 내내 카페에서 카페봉봉을 시키는 시작의 순간이였다.
요즘은 한국 편의점에도 세계커피 시리즈로 스페인 카페봉봉을 파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 기억의 상실

 카미노 여정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어서 이렇게 내 여정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는 것 조차 잊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떠 올리려 해도 흐릿한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걷는 것에 집중한 순간들일 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번 여정 동안 사진을 많이 남긴 것도 아니고 일기를 쓴것도 아니다. 더욱이 순례자 여권은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버려버렸다.
 그렇다고 그 순간들에 대한 소중함이 덜한다거나 아쉬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여정에 대한 것을 이렇게 남기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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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위에 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비싼돈을 들여 굳이 이 길위에 서있는 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걸음을 계속 내딪고 있으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할텐데 아쉬움이 남는 순간도 있었다.
 하루 하루 반복되는 걸음걸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쩌면 무의식 속에 내걷는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Villamayor de Monjardin 에서 같은날 생쟝에서 출발한 한국이들이 한 곳의 숙소에 모이게 되었다.
 뭐 사연없는 이들이 어디있을것이냐. 그리고 그것을 다 풀어낼 이들이 누가 있으리요.
 
 아마도  Villamayor de Monjardin 에서 로그로뇨 구간에 버스를 탓던 것 같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하지 못한 부족한 것들을 스포츠용품점에서 구입한다는 핑계와 길 위의 번잡스러움을 피하기 위함이였다.
 이름 아침 버스를 타고 로그로뇨까지 향하면서 내가 하루 걷는 걸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내가 당연스레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랄까..

 카미노 구간을 벗어나 쭉 뻗은 도로를 걷다가 차들 때문에 위험을 느껴 금새 카미노 길로 복귀하기도 하고 나름의 일탈을 즐겼다. 
 

# 길을 걷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은 시점, 이 여정에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과 만나게된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나 생각에 동감해준다.
 나에겐 그들을 비난할 자격 따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회의감 속에 이유없이 이 길 위에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아쉬운 순간이였다.

 시간의 소중함을 이 길위에서 찾을 수 없다면 굳이 힘겨운 걸음을 계속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시간의 가치는 시간의 순간마다 그 값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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