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잡동사니/짧은글 | 2007/11/12 02:10 | JaNuS

# 할아버지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 아니, 잃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게 다가오는 요즘.

군대라는 곳에서 부모님께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전역을 했다.
실제로, 전역을 해서도 부모님께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때로는 푼수같이 보일지 몰라도 기분 좋게 해드릴려고 노력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뒤늦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부모님께만 신경을 쓰고 할아버지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오랫만에 얼굴을 마주한 할아버지 안색이 좋지 않으셨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셔서 입원을 하시고, 의사는 '생의 불꽃'이 곧 꺼질거라 말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도 하시고, 건강하신 모습이었는데..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몸 속의 고통을 억누르시고 누워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어른들은 '쉬쉬'하신다. 더이상 어찌 해볼 수 없을 만큼의 상황이기에..
아버지도 선뜻 병실안으로 들어서지를 못하신다.
병실 밖, 복도를 서성일 뿐..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참 없다. 난 나쁜놈인 것 같다.
분명 많은 시간을 같이 했는데, 기억 속에서 꺼내려 해도 선뜻 떠오르지를 않는다.
사진 속에 나를 안고 웃으시는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난 나쁜놈인 것 같다.
오늘에서야 할아버지와 같이 한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가 된다.

할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거친 피부 위로 흐르는 뜨거운 눈물..
많이 힘드시다며, 죽어야 할 것 같다며..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그렇게 말하시는 모습.
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난 눈물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어느정도 일지 모른다.
이제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
이제서야 깨닫는 후회를 더 키우지 않기 위해.. 이제서야.. 할아버지 곁에 앉는다.

할아버지 손을 언제 잡아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난 너무 나쁜놈이었다.
2007/11/12 02:10 2007/11/1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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