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나..

잡동사니/짧은글 | 2007/12/20 03:48 | JaNuS

# 사진을 찍다..

의미없이 책상위에 놓여진 사진기 하나가 계속 눈에 띈다.
사진을 들어 이리저리 얼굴을 찍어본다.
흰 런닝셔츠 위.. 부시시한 머리 모양새와 생기잃은 얼굴과 눈이 찍힌다.
가만히 돌아본다. 오늘의 나와 어제.. 그리고, 그 이전 어느날들의 내모습들을 생각해 낸다.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생긴다.
내가 그동안 해놓은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오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하나 둘.. 빼버리고 나면 사진기 속 저장된 모습의 나에게 남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한없이 초라하기만한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년 일년 하나의 계단을 올라서고 있고, 이제 26번째 계단에 발을 딪으려 하는데..
게으름으로 퉁퉁 부어버린 몸둥아리와 썩어가고 있는 정신의 한덩어리..

책상위의 먼지와 담배재들 검은 색으로 가득찬 누군가가 보인다.
속이 빈 것처럼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그런 모습의 내가 보인다.
이미, 낙오해 버린 것과 같은.. 그런 모습의 내가 보인다.

'책임' 무엇에 대한 책임인 것일까?
무엇에 대한 책임이든 나에게 그런 것 조차 없는 것은 아닐까?

뒤늦게 들어간 강의실.. 책상은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그 뒷편 빈 곳에 자리를 잡고, 오랫만에 생기넘치게 강의를 하는 교수를 바라본다.
희미하게 알아볼수 있는 미소와 농담들로 교수의 쾌활함과 열정을 알아차린다.
보드 위에 쓰여진 글씨가 보이질 않는다.
어쩐일인지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안경을 가방에 넣어왔다.
안경을 쓰고, 강의실을 돌아본다.
너무나 선명한 모습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
금새. 안경을 벗어버리고 만다.

안경을 쓰고 바라본 세상은 현실인 듯 하다.
그래서, 안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뿌옇게만 한 세상 건너편 이쪽에서 흐리멍텅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귀가를 흘리는 소리들과 시선들의 의레짐작으로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합리화 한다.

멍청하고, 두려움에 떠는 겁쟁이다.
오늘의 나는 그런 존재이다.
2007/12/20 03:48 2007/12/2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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