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바람이 분다.’ 를 읽고..

 


보장된 내일도 없으며, 오늘 하루의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혼자의 삶을 만들어 간다. 하루를 만드는 것보다 그저 무기력한 삶이 시간의 바람이 밀치는 대로 흘러가는 그런 삶이다. 작은 사무실과 명함상의 변변치 않은 ‘사장’이라는 명칭이 초라한 하루를 포기하지 않고, 숨을 이어가게 한다. 마치, 바다 위 선장을 잃어버린 낡은 배와 같은 인생이다. 숨이 붙어있는지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미약함과 외롭지만 외로움을 외면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러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변화를 주려 사무실에 사람을 들이고, 작은 변화로부터 자신의 삶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암묵적 행위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비단, 그 자신은 그러한 것을 인식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가슴 속에 지독히 쌓인 외로움과 삭막함이 삶에 변화를 가져올 ‘바람’을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간절함이 컸던 만큼 변화라는 것이 큰 파장으로 다가 오고, 그것을 자세히 따지거나 생각하면서 바라볼 시야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보고 듣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봐야만 할 순간조차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시키고, 모든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것을 버리고, 자신의 주관을 객관적으로 바꾸어 받아들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라고, 꿈꾸었던 것들이 컸던 만큼 잃었을 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의심하거나 무엇을 바라지 않은 상태에서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무의식의 행동으로 그녀가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남들과는 다른 반응들, 처음부터 의심을 가져야 했던 것이 옳을 테지만, 그것조차 신비함의 하나로서 그녀에 대한 매력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무의미한 일들의 계속, 단순한 대화와 그것에서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매료되어 버린다. 자신도 알지 못한 사이 집착이 되어버린다. 성실히 일하던 그녀의 결근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잠시 현실로의 돌아오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던 세상과 생각들로 잘못된 귀의(歸依)에 빠지고 만다.

결국, 모든 것이 들어난 현실과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지 분명한 상황에 놓이게 되지만 그동안 가져왔던 그녀에 대한 감정과 그녀가 자신의 삶에 끼쳤던 즐거운 파장이 그가 현실을 외면하고 기대하기 어렵고, 불행한 낭만(浪漫)에 사로잡히게 된다.

‘바람’과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서로에게 하나의 스치는 바람과 같았다.

그녀는 그에게 무한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신의 무의식이 원했던 상황이었지만, 단순히 그녀의 존재감만이 공허로 남았을 뿐, 현실적으로 자신이 가져할 그녀의 존재로 인한 행복이란 없는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하나의 도피처였다. 그녀 역시 그와 같이 삶에 있어서 주체가 되지 못한 슬픈 삶을 가진 존재였다. 이유는 다르고, 놓인 상황도 다르지만 간절히 변화를 바란다는 것은 서로에게 공통된 점이였다.

서로에게 필요한 변화, 그것을 위해 서로에게 자신의 존재가 바람이 되었다. 스치고 지나가면 손을 건네 잡을 수가 없는 무형의 존재, 마치 신기루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서로 손을 내밀어 마주 잡으려 한다. 미약한 서로의 인연과 안식을 깨트리기 싫어서일까?

가슴 속에 서로의 잔상이 남아있다. 바람의 향기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그렇지 않은지 메마른 삶과 눈물을 가진 이는 아닌지. 내 삶에 변화를 가져올 ‘바람’을 무의식 속에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Trackback address :: http://www.janus.pe.kr/blog/trackback/793

Comments List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