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학기 동안 수강했던 한국어 문학 시간에 과제물로 나왔던 것중에 황현의 '절명시'를 읽고, 가상의 담화문을 작성해 보라는 것이 있었다. 레포트 점수가 크지도 않고, 한학기동안 이 과목에서 10개의 과제물이 있었기 때문에 레포트에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그중 그래도 생각하면서 쓴 유일한 글이고, 교수님께서 유일하게 첨삭해준 글이기에 블로그에 올려본다.
 처음 의도는 저승에 간 황현 선생과 저승사자의 인터뷰 형식을 기본으로 하여 황현 선생과 그의 '절명시'를 이야기해보면서 오늘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형태를 비판하기 위하여 저승일보 기자의 행태에 빗대어 글을 쓸 생각이었으나, 굳이 그렇게 까지 나의 엉뚱함을 표현 해 봤자 소용있겠나 하는 회의감 내지 귀찮음에 짧은 시간에 써내려갔다. 그래도 창의성을 칭찬해준 교수님의 첨삭글을 보고 있으니 아직 내 머리가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되었던 것 같다. 레포트 점수가 컸더라면 원래 의도대로 기본 베이스를 유지 하면서 오늘날의 소위 '조중동' 신문과 방송사를 은근히 '까대기'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 이하 과제물 내용

황현’의 절명시를 잃고, 5개의 질문으로 작가와의 대담문을 작성하여라.

 


상황 : 음독자살을 한 조선의 ‘황현’이 저승사자와 같이 저승으로 넘어와서 사망 사실의 확인과 저승 입국 수속을 밟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귀족으로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승으로의 길을 선택한 것은 희귀한 경우이기에 저승일보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저승일보 문화부 기자 최○○입니다. 우선 저승에 오셔서 혼란스러우신 중에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신데 저승일보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들을 대신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보통의 사람들은 저승으로 올 때 병들어 늙거나, 타인의 손에 의해 강제적으로 원하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요. ‘황현’님께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나라를 걱정하여 흘리는 눈물은 바다에 담지 못할 만큼이지만 불타오르는 세상을 선비의 몸으로서 막을 길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무기력을 느꼈고, 황폐해져가는 세상을 차마 눈뜨고 쳐다 볼 수 있는 용기가 나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저승에 와서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승에서 불타오를 조선에 대한 슬픔으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목숨과 바꿀 정도로 크다니 저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존경스럽다는 표현은 ‘황현’님 같으신 분께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상심이 크신 만큼 저승으로 오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하셨을 텐데요, 그러한 심정을 글로 남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절명시’ 라는 작품인데요, 이 글에 남긴 ‘황현’님의 심정은 어떠한 것인지 대답해 줄 수 있으신가요?

 


나라가 침략에 의해 망국의 길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안타까움은 끝이 없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매일 슬픔의 눈물로 술잔을 채워 가슴을 채웠지만, 선비인 제가 오늘 조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방도는 없었습니다. 하늘과 세상이 슬픔에 젖어 있지만, 희망이 보이질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나라를 잃은 저의 상심과 하늘과 세상의 노함 속에서 저의 마지막 선택에 대한 이유와 마음을 담은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한 것이 생기는데요. 나라를 그렇게 생각하고, 망국에 대한 걱정들 태산 같았다면 ‘황현’님의 죽음이라는 선택이 다소 모순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오히려 현실에 대한 도피 인 것 같고, ‘절명시’ 라는 것은 그저 사대부로서 버리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만들어 놓은 핑계이지 않을까요?

 


‘…….’

선비의 생각과 몸을 가지고서 무엇을 해야 했을까요? 제가 했어야 할 다른 행동과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슬픔과 고민들로 나날을 보내면서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대한 좌절만이 저를 괴롭힐 뿐이었습니다. 기자님의 말처럼 하나의 상황에 많은 선택이 있었지만, 제가 택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핑계라며, 저의 충심을 의심하셔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제가 선택한 길에 대한 질책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하겠지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신 듯 보여 집니다. 계속 ‘황현’님의 충심어린 행동과 선택에 의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마지막을 약속하면서 한마디만 더 묻겠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이 오직 하나 밖에 없었다면, 조선의 망국을 가만히 지켜서면서 슬퍼하고, 대항 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충심어린 자의 선택이라고 할 것이면, 그동안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피를 흘리고 저승으로 오신 분들은 어떻게 하여 그러한 선택을 하였던 것일까요?

 


계속 저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의도의 질문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승일보의 기자라는 분이 의도된 질문의 답을 유도하시려는 것은 저승을 대표하는 일간지의 기자로서 합당치 않은 것 같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충심을 표현 한 것이며, 저와 다른 점은 단지 표현과 행동의 차이였을 뿐 이유와 마음은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승사자 : 이제 시간이 다 되었소. 심판장으로 갈 시간이요. 인터뷰는 판결이 끝난 후 시간을 드리지요. 어이 ‘황현’ 선생 그만 일어나시오.

기자 : 저승사자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죠. ‘황현’ 선생도 긴장되고 답답할 터인데.

 


이제 심판장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심사와 죽음에 대한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 심정은 어떻습니까?

 


내가 삶을 살아오면서 부끄러움 없이 옳은 일을 행하며, 나라를 위하여 스스로를 바친바 어떠한 걱정도 없습니다. 다만, 이승의 조선에 대한 걱정으로 얼굴을 적시는 눈물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슬픔이고, 고통일 뿐입니다.

조선에 대한 내 충심 심판관께서도 헤아려 주셔서 저의 이승에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옳은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나라에 대한 충심이라는 것을 끝까지 강조하면서, ‘황현’ 선생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심판장으로 향했습니다. 한가지의 상황에 따르는 여러 가지의 선택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이번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 이하 교수님 첨삭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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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19:48 2008/06/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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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원재 2009/03/25 11:33

    안녕하세요?
    서울의 현직 고등학교 역사교사입니다.
    교재연구하면서 인터넷에서 황현의 절명시를 찾다가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어서 제 블로그에 퍼 갑니다.
    고맙습니다.
    학생들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 JaNuS 2009/03/25 20:01

      재미있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송원재님 말씀대로 학생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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