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Saint-Jean-Pied-de-Port  => Valcarlos

# 카미노 여정의 첫 발걸음

전날 생장의 순례자 사무소 할아버지가 충고하신대로 Valcarios 를 거쳐 Roncevaux 로 향할 계획이였고, 한국 학생과 함께 같이 동행하기로 한 독일 할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다른 사람들은 나폴레옹 루트를 따라 피레네 산맥을 넘는다고 했지만, 가지말라 한 길을 걷고 싶지도 않았고 첫날부터 무리하게 걷고 싶지도 않았다.
 생장을 나서 나폴레옹 루트와 발카로스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독일인 할아버지가 내가 가려는 길이 잘못된 길이라며 자신의 GPS 기기를 보여주며 앞장을 섰다.
 학국 학생도 그를 신뢰하는 눈치..
 당연히, 그가 옳으리라는 생각에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 나폴레옹 루트로 걷다.

 일을 그만두고 몸관리가 부족했던 탓일까.. 어린 한국 학생과 독일 할아버지의 걸음에 맞추어 걷기가 힘들었다.

 경사길에 숨이 차올라 말한마디 꺼내기 어려울 만큼..
 그들보다 느린 발걸음에 뒤따라갈테니 앞서가라고 말하며 그들을 떠나 보냈다.
 그것이 그들과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첫날 내 카미노 여정의 최대 고비가 찾아 올 것이란 것도 알지 못했다.

 하나 둘씩 나타나는 이정표에는 발카로스 대신 론세스바예스가 적혀있었지만, 이길로 인도하신 독일 할아버지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여정의 첫날이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단순히 길을 잘못 알려준 것이라기 보다 나폴레옹 루트를 걷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뿐 확인할 길이 없으니 좋게 생각하려 할 뿐이다.
 계속되는 오르막 길에 어느순간 나는 내가 가려했던 길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지만,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걸어왔고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이때 판단을 정확히 내리지 못한 것이 이날의 두번째 실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원치 않았던 길을 오르며... -


# 산에서 길을 잃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나폴레옹 루트 임을 인지하였음에도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는 판단으로 이 길을 따라 론세스바예스까지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앞서간 이들보다 조금 뒤쳐져 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목적지까지 가는데 무리는 없으리는 생각이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오리손 근처에 다가갈 수록 무참히 깨져버렸다.
 길을 잘못 든 것이다.
 갈림길에서 은색 화살표가 있길래 좀더 편한길인 줄 알고 그곳으로 향한 것이 실수였다.
 핸드폰에 넣어둔 지도에서 확인하니 나뉘어진 길이 만난다고 나와있어 그것을 너무 믿었던 것이 큰 화를 불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본래 가야 했을 길.. 이때는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엉뚱한 길로 접어들며 -

 길을 잘못 왔음을 알았을때 되돌아 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때까지 나는 나뉜 길은 합쳐진다는 한국에서의 생각으로 낙엽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경사진 산속을 헤메였다.
 '저 언덕 위에 오리손인데 라는 생각으로'
 몇시간을 헤메였을까, 핸드폰 GPS 를 통해 잡히는 위치를 확인해보니 나는 오리손과 발카로스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었다.
 이미 시간은 늦었고, 몸음 지쳤으며, 물이 없어 계곡 물까지 마셔야 한 상황 속에서 나는 가로 질러 발카로스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발카로스로 향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오리손 옆 산 능선에서 찍은 반대쪽 풍경 -

 산을 가로질러 발카로스로 향하기로 마음먹었으나, 길이 없다. 길 같이 생긴 곳을 따라가다 보니 산 능선을 따라 걷게 되고 산짐승들이 다니며 만들어 놓은 길이 보여 그것을 따라 걸었다. 물론 수시로 마을 위치를 확인하면서..
 다만,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달래 주었던 것은 발카로스로 향하며 이름모를 산 능선에서 바라본 폰 풍경이였다.
 집들이 보인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주었고, 아름다운 풍경이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게 걷다 산을 내려오니 어느 집 뒷마당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집주인이 나를 보고 얼마나 당황했을까 짐작하기도 어렵다.
 말도 안통하는데 마을 이름을 말하며, 길을 물어보고 다시 힘을 내서 발카로스로 향했다.
 앞으로 어떤 힘든 길이 있어도 오늘보다 힘들 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산을 내려오고 길로 접어 들며 -


# 발카로스에 도착 그리고, 인연의 시작.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 발카로스 성당과 풍경 -


 이미 산에서 길을 헤메며 지친터라 발카로스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계곡물을 마시고, 세수를 하며 발카로스 초입에 다달았지만 마을로 올라가는 언덕길 조차 그리 힘들 줄 이야..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제일 먼저 식당에 가서 콜라를 외치고, 식사 주문을 했다.
 행복했다. 정말로..

 식당 직원에게 알베르게를 물으니 위치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그렇게 홀로 알베르게에 자리 잡고, 길을 계속 걸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밖에서 한국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나가니 오늘 아침 늦게 출발한 한국 가족분들과 어제 늦게 도착한 한국 청년 분이였다.
 한국 청년 분은 르퓌길을 걸어온터라 어린 아이들과 같이 걷는 가족 일행과 발걸음을 맞춰 무리하지 않고 발카로스까지 온 것이였다.
 이날 발카로스에서 이 분들을 만나지 않았으며, 어쩌면 내 카미노 여정은 시작과 끝이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날 밤, 동완씨(한국 청년)와 한국 가족분 그리고 마을과 알베르게의 분위기가 합쳐져 산장에 휴가를 온 것처럼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이곳에서 첫날 밤을 보내도록 일부로 길을 잘못들게 된 것 처럼..
 길을 잘못 걸으며 느꼈던 감정들과 발카로스에서의 하룻밤은 내 카미노 여정 중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졌다.

 길을 잃고,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산티아고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 시작됐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janus.pe.kr/blog/trackback/885

Comments List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