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Roncevaux => Zubiri

# 새벽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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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까지 79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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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마을 -



 내 걸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출발하면 뒤쳐진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오늘도 남들보다 서둘러 알베르게를 벗어난다. 대학생 무리들도 나를 뒤따라 나오지만 이내 추월하며 보이질 않는다.
 느긋히 나의 몸에 귀 기울이며, 걷는 순간을 즐기기 위해 하나 둘 발걸음을 옮긴다.
 
 보름달때문일까 새벽녁의 길이지만, 랜턴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환하다.
 물론, 내가 랜턴을 안가져가기도 했지만...
 이때는 랜턴 없이 새벽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지 못했을 때였다.
 때마침 하늘의 달빛이 내 걸음을 도와주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 홀로 걷는 여유.

 누군가의 발걸음에 맞출 필요도 없고, 오로지 나를 위해 걷는다.
 그렇기에 조금은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찾아간다.
 이때, 쌀쌀한 새벽 공기와 동이 트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길을 걷기를 반복한 것 같다.

 농장의 한아저씨와 아침인사를 나눈다.
 현지 주민과 실질적인 첫 만남이랄까..
 '올라, 부엔나스 디아즈'
 하지만, 아저씨가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들을리 없다.
 아저씨는 '부엔 카미노'를 외치며, 자신의 일터로 향했다.
 이 순간 스페인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하지 않고 온 것이 후회로 다가왔다.
 길에 만난 이들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이, 표정과 손짓으로 인사를 나누어야 한 다는 것이 길을 걷는 동안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혹여, 다음 기회가 나에게 있다며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오리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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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ubiri 로 향하는 길목, 새벽녘의 풍경들 -


# 느린 발걸음, 앞서가는 사람들.

 나의 느린 발걸음 탓일까? 풍경을 너무 즐긴 탓일까?
 남들보다 한시간여 앞서 출발했지만, 길을 걸을 수록 나를 앞서가는 이들이 많아진다.
 아직은 목적지와 걸음걸이의 배분이 몸에 익숙치 않아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출발을 할때는 라르소냐(Larrasoana)까지 걸을 생각이였지만, Zubiri 에 도착할 무렵 오후 4시를 넘긴 시작이라 이곳에서 쉬기로 한다.
 이미 도착해서 이곳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과 이내 도착하는 사람들..
 모두 지친 발걸음에 짐을 내려놓고, 침대를 하나 둘씩 차지했다.
 하지만, 이곳에 연 알베르게는 사설 알베르게 하나뿐인지라 오늘 이곳에 도착하는 순례자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했다.
 결국 늦게 도착한 한국 가족 분들은 택시를 타고 라르소냐로 이동해서 묶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겨울에 카미노 여정을 떠나는 이들의 고충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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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ubiri로 향하며 찍은 풍경들 -

# 저녁, 순례자들끼리의 술자리..

 생장부터 출발한 이들, 론세스바예스에서 출발한 이들이 Zubiri의 알베르게에 빈 친대가 없도록 모였다.
 마을에 영업을 하는 알베르게도 하나이고, 식당도 하나였으므로 저녁시간 다들 자연스레 한공간으로 모여들었다.
 한국 가족분들을 라르소냐로 먼저 떠나보내고 시작된 순례자들 간의 저녁 만찬 다들 첫만남이였지만, 이질감이나 거부감없이 어울렸다.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다는 공통된 목적이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일테지..
 내 언어능력의 부족함으로 대화의 진전을 이루거나, 그들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끼어들 수 는 없었다는 것이 너무 아쉬운 순간이였다.
 또한, 이날의 만찬을 같이 했던 상당수와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되기에 아쉬움을 더 컸던 것 같다.
 영국 할아버지 형제 중 형이 나에게 넌 지금은 강하지 않지만,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그때서 넌 강해질 거라고 말을 건네신다.
 다만, 카미노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마음을 강해졌을지 몰라도, 몸은 만신창이가 되버렸다.
 유쾌한 할아버지들이였는데, 동생 분 무릎이 안좋아 팜플로냐에서 그들은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날 술자리가 계속 이어졌다.
 하나 둘 먼저 자리를 일어나 결국 몇명이 바를 차지할 때까지..
 나도 술기운이 올랐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보니 내가 계산한 술값만 26유로.. 다음날 동완씨가 전날밤 기억이 없다고 한게 이해된다.
 술이 진득히 오르고, 모두가 잠든 알베르게에 소리없이 들어가 잠을 청했다.
 곧, 이들과 이별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아직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에 익숙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나의 카미노 여정 중 짧지만 가장 깊은 잠을 이뤘던 밤이였다.



 
2013/02/15 15:01 2013/02/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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