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Puenta La Reina > Irache

# 2013년 새해의 첫날..

 2013년이 시작되다. 한국나이로 내가 30살이 되는 해..
 30살의 시작이라는 것이 내가 이길을 걷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 시간들 돌아보고, 후회없이 내가 주어질 내일을 맞이하고 싶었다.
 새벽.. 언제나처럼 누구보다 일찍 알베르게를 나섰다. 마을은 지난밤 신년을 맞이하는 축제 혹은 행사때문에 어지럽혀져 있다. 각기 다른 분장과 옷을 차려입고 밤새 술을 마신 젊은 이들이 내가 발걸음을 시작하는 새벽 집으로 도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새벽의 어수선함과 분주함 속에서 2013년 새해의 첫날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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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지는 않지만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됐다. 팜플로냐 전후 부터 무리를 해서 일까 발걸음이 여느때 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간신히 언덕길에 올라 한동안 숨을 고르고, 이길을 지나간 순례자들이 쌓아놓은 돌무덤과 십자가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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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 튼지 오래지만, 하늘에서 달이 나의 길 동무가 되어준다. -



# 발걸음이 무겁다.

 오늘따라 스치는 풍경조차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어느때보다 무거운 발걸음 속에 걷는 속도가 더디다.
 Puenta La Reina 알베르게에서 뒤늦게 출발한 그룹들이 나를 추월해 앞서가기 시작한다.
 다음 알베르게가 있는 곳은 Ayegui. 오늘도 붐비는 알베르게가 될 것이 눈이 선명했다.
 이들을 먼저보내고 늦게 들어간다면, 제대로 쉬거나 정비 할 수 없다는 것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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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egui 로 향하는 길의 풍경들 -



# Ayegui 를 지나치다.

 작은 마을이지만, 도시의 냄새가 물신 풍겨오는 그런 마을이였다.
 도시의 삭막함이랄까..
 걷고 쉬기를 반복하면서 알베르게를 미쳐 찾지 못한 이를 만나 그를 이끌고 Ayegui의 알베르게에 도착했지만, 이미 앞서간 그룹들이 알베르게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못되서일까? 섵불리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들과 같은 숙소에 머물고 싶지가 않았다.
 이미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나는 크레덴시알에 도장만 받고 Ayegui 를 지나쳤다.

 유독 지치고 힘든 오늘 나에게는 편히 쉴 공간이 필요했다.
 그런 욕구가 너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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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체 수도원과 유명한 무료 포도주.. -


 Ayegui를 벗어나니 바로 이라체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꼭 들려보고, 포두주를 맛보리라 생각했던 곳이였기에 긴장된 마음으로 수도꼭지를 돌렸지만 이미 많은 순례자들이 다녀간 탓일까 포도주는 나오질 않았다.
 수도원을 벗어나 언덕 위로 자리잡은 호텔 이라체에서 오늘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과 지친 몸.. 다음 알베르게를 찾아 십여키로를 걸을 여유는 없었다.

 카운터에서 어린 아이들이 나를 맞이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찌 어찌 하룻밤을 보낼 거라고 체크인을 하지만, 방을 찾아가는 도중 다른 직원을 만나 위치를 물으니 순례객이냐며 카운터에 내려가 키를 바꿔주고 방을 안내해준다. 직원들이 모두 가족같았다.
 순례객들을 위한 배려로 좋은 방을 준 것 같았다.
 
 이날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지친 몸의 피로를 풀게 된다.
 사실 이날 이후 카미노 여정을 마칠때까지 욕조를 이용해보지 못한 것 같다.
 
 호텔 근처의 바에 가서 맥주와 함께 간단한 요리로 저녁을 대신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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