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Azofra => Granon

# 다시, 시작된 발걸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눈덮힌 산자락 -

 Azofra 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발걸음을 시작했다.
 알베르게에 한국 가족 분들과 다른 이들의 방해 없이 쉬어서 일까, 아침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운 듯 느껴졌다.
 또한, 사람에게 실망했던 마음이 사람으로 치유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 몸상태나 걸음의 속도가 안좋기때문에 여느때처럼 한국 가족들 보다 출발을 서두르게 되었다.
 

#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 속에서..

 반복되는 풍경으로 지친 발걸음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마치 유령 도시와 같은 마을을 지나치면서 느껴지는 삭막함과 황량함에 이러한 나의 감정들이 증폭되었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마을 하나 하나를 지나치면서 발의 통증은 심해져서 발걸음을 내딪기 어려워 질 지경에 이르고 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겨울길의 삭막함과 아름다움, 그 공존 -


 끝이 보이질 않는 평야지대를 걸으며 반복되는 풍경의 모습을 걷다보면 순간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무거워진 발걸음 탓이였을까, 차오르는 숨과 발의 통증에 대한 짜증이였을까?

 지루하고, 삭막하지만 아름다움 가득한 풍경이였음은 분명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지친 발걸음을 재촉하며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끝이 보이질 않는 평야지대에서 찾는 아름다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길 끝에 나타나는 마을의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제 560km, 그리고 언덕 위의 철 십자가 -

# 또 다시 이별..

 그라뇽을 향해 오르는 언덕 즈음에서 한국 가족분들이 나를 추워해 간다.
 이미 나의 발 상태는 한걸음을 옮기는 것 조차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그들을 먼저보내고 눈앞에 아른 거리는 마을을 향해 한시간 여를 더 걸은 듯 하다.

 그라뇽 성당에 도착하니 가족 분들이 성당 알베르게를 살펴보고 있다.
 아무래도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야 하기 때문에 시설이 그리 좋지는 않게 보여 질 수 밖에 없었고, 누군가가 붙여 놓은 한국 안내문에는 주방을 쓸 수 없다고 쓰여 있었기에 한국 가족들은 다음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나는 이 곳까지 억지로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것이 기적이였기에 오늘 더이상 걷는 것은 무리였고, 이렇게 한국 가족들과 짧은 동행 후 다시 이별을 하게 된다.
 

# 그라뇽 성당의 추억..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라뇽 성당 -


 나의 산티아고를 향하는 여정 중에 가장 소중했고, 뜻 깊었던 추억을 꼽으라면 그라뇽 성당에서 보낸 하루를 뽑을 것 같다.

 알베르게에는 아무도 없고, 스스로 명부에 이름을 쓰고 자기 것 처럼 모든 것을 이용하라는 친절한 안내서 만이 놓여져잇었다.
 나는 지붕의 창을 통해 하늘이 보이는 다락방에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주인없는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기를 2시간여가 흐르고, 관리인이 돌아와 인사를 나누었다.
 장작을 해온 모양이였다.
 이제 알베르게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지 2주일 되었다는 그녀와 카미노 길을 걷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수도사 청년이였다.

 얼굴을 보자 마자 불편한 곳이 없냐는 그녀의 물음에 발이 안좋아 걷기가 힘들다고 솔직히 대답을 한다.
 평소의 나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을테지만, 발의 상태나 심적인 상태나 모두 최악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녀와 그는 나의 발을 미안할 만큼 바라보고, 만져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약을 추천해주고 다음날 약국 오픈 시간을 알아봐주며 동행을 약속해 준다.
 처음 보는 낮선 동양 사람에게 베푸는 그들의 호의에 감사할 뿐이였다.

 관리인 아가씨가 갑자기 성당 구경을 하지 않겠냐며 나를 이끌었다.
 마을 사람이 많지 않아 평소에는 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지 않고, 작은 교회를 이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따라 들어간 곳은 순례자들을 위한 촛불 기도, 의식이 행해지는 곳이였다.
 순례자들이 촛불이 켜진 의자에 둘러 앉아 기도문을 읽고, 서로 또는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하는 의식을 한다고 했다. 그날의 순례자는 나 혼자였지만, 그녀는 하나뿐인 순례자를 위해 촛불 기도/ 의식을 같이 해주었다.
 나에게 있어 마음으로 진정성을 느끼게 되는 정말 소중했던 기억이다.
 너를 위해 너의 카미노 여정을 위해 기도했다며 안아주는 그녀가 참 고마웠다.

 그라뇽 성당의 신부님이 찾아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그들끼리 종교적인 대화가 계속 오갔지만, 난 꿀먹은 벙어리일수 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수도사 청년과 담배를 태우며 내가 스패인어을 미쳐 준비하고 오지 않았음의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조금더 여유를 가지고 이 길을 준비했다면, 보다 많은 경험을 서로 공유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하나 뿐인 순례자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와 걱정들.. 모두 나에게 지나칠만큼의 감동을 주었던 순간들이였다.

 지붕의 창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장작 난로는 알베르게의 한기를 가시기에 충분하지 못했을 지라도,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던 밤이였다.



 


2013/02/18 19:44 2013/02/18 19:44
Trackback address :: http://www.janus.pe.kr/blog/trackback/895

Comments List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