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Burgos => Hontanas

# 여행의 중반기

 길을 떠나려 알베르게 1층에 내려가니 프랑스 할아버지가 둥글레 비슷한 차에 꿀을 타서 주셨다.
 감사하고, 감사했다.
 따스한 차 한잔을 마시고 모두들 같이 길을 나서지만, 오늘도 그들을 먼저 보낸다.
 아직 나의 발 상태가 회복 되지를 않았었다.

 새벽 부르고스를 떠나 나오는 길은 불친절하다. 갈림길에서는 화살표를 한참을 찾아서야 발걸음을 옮기기를 반복하면서 도시를 벗어난다. 시골 길에서는 길을 잘못들면 쫒아와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고는 했는데 대도시에서 그런 친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제 산티아고로 향하는 여정의 중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몸의 상태는 좋지 않지만, 이것도 이길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이라 생각할 뿐이다. 신체적인 고통이 사람들을 만나고 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치유로 잊혀져 가는 듯 한 기분이다.
 어쩌면 지금 돌이켜보는 과거의 미화 일수도 있겠으나, 최악의 몸상태로 발걸음을 계속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증명의 한부분은 아닐까 하는 이유를 만들어 본다.


# 안개와 비가 내린 후의 길..

 오늘도 근래의 여느 날들 처럼 안개낀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간밤에 내린 빗 때문에 길의 상태도 좋지 못하다.
 앞으로 내가 마주하게 될 길들도 이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였다.
 지난 2주 동안의 날씨가 맑았던 것이 얼마나 행운이였는지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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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치는 이들도 없고, 자욱한 안개 만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로 막고 있다.
 마치 뿌연 벽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오늘은 무리를 하더라도 Hontanas 까지 가야만 했다.
 부르고스 알베르게에서 말해주기는 Hontanas 까지는 가야한다 했기 때문에...
 사실, Hontanas 이전의 마을에서도 알베르게가 연 곳이 있었지만 지나칠때 문이 잠겨 있어 미쳐 알지 못했다.
 겨울 길을 걷다보면 마을을 만나더라도 유령 도시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이유로 당연스레 어딘가에 묻기보다 닫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 기계적인 걸음.

 이날은 어떠한 생각을 한다던가, 풍경을 감상한다던가 하는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해가지기 전에 가야하는 거리에 대한 부담감과 좋지 않은 날씨, 길의 상태 때문이였다.
 그렇게 기계적인 발걸음을 해가 넘어갈때 까지 계속 해서야 Hontanas 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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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친절한 화살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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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를 헤치며 얼마를 걸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마을이 나를 반겨 준다. 이런 순간이면 엉뚱하지만 혼자 환호를 질러본다. 어차피 들을 사람도 없기에.. 그만큼 존재에 대한 확인이 마음을 안도하게 해주는 듯 하다.
 다행스럽게  언덕을 내려오고 마을을 지나면서 날씨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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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tanas 에 늦게 도착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성당의 알베르게가 영업 중이였다고 한다.
 아마도 미리 알았다면 내 상태가 안좋기 때문에 이 마을에서 쉬어갔을 것 같다.
 재차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마을의 모든 분위기가 유령 마을 같이 느껴져서 였던 듯하다.
 비때문일까 마을에 활기란 찾아보기 어렵고, 사람조차 눈에 띄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겨울이 지나가고나면 이 마을의 분위기도 활기차 질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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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보이지 않는 고지대 평야와 내 발걸음과의 싸움이 계속 된다. 길을 계속해서 걷지만 마을은 좀처럼 보이질 않고 발걸음은 계속 무거워 질 뿐이였다.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도 마을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초조해졌었다.


# Hontanas 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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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걸으면서 해가 넘어가는데도 마을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Hontanas 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조그마한 분지처럼 언덕 아래 자리잡아 바로 앞 까지 갔음에도 마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였다.
 
 등산화에 달라붙는 진흙을 뗘내가며 힘든 발걸음 속에 마을로 내려갔다.
 마을에 내려가니 역시나 다를까 모든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다. 공립 알베르게도 문을 닫고, 작은 건물에 임시 숙소를 마련해 놓았을 뿐이다.
 알베르게에 들어가니 오늘 부르고스에서 같이 출발한 몇몇이 나를 반겨준다.
 프랑스 할아버지, 프랑스 부부, 한국 여학생들이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있었다.

 비록, 알베르게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할 수 밖에 없었을지라도 지친 걸음을 쉴 수 있는 숙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순간이였다.

 프랑스 할아버지는 저녁이나 식사를 주로 직접 만들어 먹었다. 그것이 비용을 절감하는데 큰 도움이 되니 그럴테지만, 배낭을 메고 수레까지 끌고 다니면서 항상 나보다 빠른 걸음으로 걷고는 했다.
 몇일을 스치고, 같은 숙소에 묵었지만 잠시의 동행 순간에도 서로에게 개인적인 것을 묻지않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던 분이였다.

 하지만, 이들과의 인연도 카미노 여정이 가져다 주는 만남과 이별의 하나 일테지..

 같이 걷는다는 것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필요이상의 인연은 불편함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걸음 속도의 차이일까?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지만, 때로는 의도적인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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