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Itero de la Vega => Poblacion de Campos

# 목적지를 못정한체 길을 나서다.

 겨울 카미노 여정의 특성상 자신의 걸음이나 몸의 상태를 떠나 알베르게의 영업 상황이 그날의 여정을 결정하게 된다.  오늘 발걸음을 서두르면 충분히 Carrion de los Condes 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였지만, 프랑스 할아버지 및 여타 사람들이 Poblacion de Campos 까지 걷는 것으로 정해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제 숙소에서 같이 있었던 일행 모두 이곳으로 향하기로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이였다.

 아침 길을 나서 걸으면서 Poblacion de Campos 에 도착하면 나는 이들과는 작별을 고하고 Carrion 까지 걸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프랑스 할아버지가 오늘은 조금만 걸으면 쉴 수 있다고 힘내라는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발걸음을 계속할 뿐이였다.
 마음이 약한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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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침이 심한 나에게 아침마다 차를 권했던 할아버지의 뒷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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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blacion de Campos 를 향하는 아침의 풍경 -


# 프랑스 할아버지와의 동행.

 마치, 오늘 이별을 하면 않되는 것 처럼 이상하리만큼 프랑스 할아버지와 걸음 속도가 비슷해 지고 마주치는 시간이 길어진다.
 Carrion 까지 가야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나의 마음은 약해져 간다.
 그동안 할아버지가 몸이 안좋은 나를 위해 이것 저것 배려해주고, 중간에서 통역도 해주시고 얻은 것이 너무 많기에 더욱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결국, 쟌 프랑코 란 이름을 가진 프랑스 할아버지와 프로미스타(Fromista)의 초입까지 같이 오게 되고, 할아버지는 이제 4km만 더가면 된다고 앞서가며 힘내라고 말을 건넨다.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이제 한시가 않됐으니 Carrion 까지 갈 수 있는데라는 생각과 이 일행과 계속 걸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남은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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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ista 로 향하며 -


# Poblacion de Campos 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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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 도착하니, 할아버지가 먼저 도착해 나를 반기신다. 만약, 내가 그냥 마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지나쳐버렸으면 마음이 불편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을의 공립 알베르게는 영업 중이였으나, 크레덴시알 도장은 근처의 호텔에서 받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호텔 영업을 하면서 알베르게 관리도 같이 하는 듯 싶었다.
 
 알베르게 입구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이끌고, 할아버지가 호텔로에서 도장을 받을 수 있다며 안내를 하신다.
 이끌려 가는 순간은 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감정으로 Carrion 으로 가는 것을 포기했었다.
 평소 이렇게 감정에 치우치는 내가 아닌데, 아픈 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을 외면하고 떠나기가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 마음을 고쳐먹다. 하지만..

 하지만, 호텔에 들어서 스탬프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든 상황이 엉뚱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Carrion 까지 가는 것을 이 마을에서 쉬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지만, 알베르게에서 자지 않고 호텔에서 쉬기로 결정을 해버렸다.
 순례자를 위해서 방을 20유로에 준다고 하여, 방을 보여 달라고 한 것이 그 시작이였다.
 방을 둘러보니 20유로는 과분한 방이였고, 이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게 되어 프랑스 할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뒤로 제쳐두게 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지만, 순간 순간 너무 간사한 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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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외의 곳에서 좋은 숙소를 맞이하다 -

 방은 혼자 쉬기에 너무 안성 맞춤이였으며, 욕조까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10유로를 내고 먹은 순례자 메뉴였다.
 카미노 여정 중 내가 먹었던 어느 마을의 순례자 메뉴보다 맛있었고, 구성이 좋았다.
 카메노 데 산티아고 여정을 떠나는 누군가가 이글을 본다면 꼭 들려보라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만족했던 숙소와 음식 이였다.


#  이별.

 카미노 여정 동안 만남과 이별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서로의 목적이 틀리고, 걷는 것이 틀리기에 한 사람이 포기하고 누군가에게 맞춰주지 않는 이상 동행은 순간일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동행의 기간 동안 어떠한 추억을 같이하고 감정을 공유하느냐의 차이가 아쉬움의 크기를 정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카미노 여정 중 가장 아쉬웠던 이별 중의 하나가 이날 프랑스 할아버지와 제대로 된 이별인사도 하지도 못하고 인연의 마지막을 맞이 했던 것이였다.

 호텔에서 묶기로 결정을 하고, 알베르게로 가방을 가지로 가서 오늘은 호텔에서 자기로 결정했다고 말을 건넸다.
 나는 그동안 받은 배려때문에 미안함이 가득했지만, 할아버지는 너는 아프니 호텔에서 자는게 좋을거라며 배낭을 들어 메어주었다.
 그렇게 쫒기듯 호텔로 향했고, 그것이 이 할아버지와 마지막 순간이였다.

 아침 출발을 하면서 일행에서 작별을 고하고, Carrion 까지 가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이별은 이미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같은 숙소에서 묶는 일행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프랑스 청년이 길을 앞서가고 둘이 남은 상황이였기에 미안함이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제대로된 이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이 날이 마지막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지금의 순간까지 마음에 불편함으로 남아있다.

멋쟁이 프랑스 할아버지 '쟌 프랑코'.. 부디, 카미노 여정을 마무리 하셨기를 기도해 본다.



 


2013/02/19 23:36 2013/02/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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