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Astorga => Rabanal del Camino

# 북적이는 아침.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나는 이들이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짐을 챙긴다.
 먼저 불을 켜서 사람들을 깨우지도, 방안에서 야단스럽게 짐을 챙기지도 않는다.
 사람을 피해 걸었던 나에게는 적어도 이런 습관적인 배려가 부러웠다.

 밖에 나가 담배 한대를 피고 들어오니 방에 불이 켜지고 모두들 분주하다.
 얼마만에 북적이는 아침이던가?
 서로에게 인사하고, 서로의 길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 일기예보 확인은 필수.

 어느 순간 부터 일기예보 확인은 필수가 되어버렸다.
 날씨의 상태가 하루의 발걸음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날씨가 좋지 않다. 땅은 지난 밤의 빗방울로 젖어있고, 하늘은 잿빛구름과 파란 하늘로 나뉘어져 있다.
 다만, 파란 하늘을 뒤로 하고 잿빛하늘을 향해 발걸음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걸림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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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분과 아침을 약속했지만, 난 먼저 발걸음을 서두르고자 아침을 거르고 길을 나섰다.
 어느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기에 일찍 길을 나서야만 목적지에 늦게라도 도착을 할 수 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을 걷다보면 늦게 출발한 이들이 나를 추워해 가기 시작한다.
 아픔 몸을 쉬어가며 천천히 걷는 나에게 독일 청년이 괜찮냐고 말을 꺼낸다.
 괜찮다고 대답하는 내가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듯, 정말 괜찮냐며 되묻지만 아프지만 천천히 걸어 갈 수 있다고 먼저 떠나 보낸다.
 이러한 몸상태로 내가 마지막으로 알베르게에 도착하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였다.
 몸상태가 안좋을 수록 마음이 느긋해진다.
 아마도, 서두를 이유가 없어서일테지..

 잿빛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지고 빗방울들이 나를 반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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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banal del Camino

 비같은 눈, 눈같은 비가 오늘 나의 발걸음을 힘겹게 한다.
 Rabanal del Camino 에 도착할 수록 빗방울은 거세지고,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알베르게를 찾아 나섰다.
 알베르게에 들어서 접수처?를 찾고 있는데, 주인이 주방에서 나와 나의 모습을 보고는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라면 이때의 나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을 해본다.

 방문을 여니, 오늘 같이 출발한 사람들이 모두 짐을 풀고 옷을 말리고 있다.
 반겨준다.
 반겨준다는 것이 내 감정을 이리 건들일 줄 몰랐다.
 너무 홀로 걸었던 탓일까? 그것이 익숙해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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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점심겸 저녁 그리고 불청객.

 스페인, 독일 청년이 스파게티를 만들어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다들 길을 걸으면서 보지 못했고, 어다에서 나타났는지 의문인 할아버지..
 친한척 인사를 건네는 그의 말소리에 술냄새가 전해져 온다.

 식사를 해결하고, 넋두리들을 늘어놓으며 쉬고 있는데 주방에서는 이탈리아 할아버지의 술자리가 계속된다.
 그 모습을 뒤로 하고 독일청년과 한국분, 미국 연인 그리고 나는 순례자 미사를 드리러 갔다.
 순례자 미사는 이 곳에서 참여한 것이 처음이였던 것 같다.

 미사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알베르게에 들어오니 이탈리아 할아버지 걸죽하게 취해 헛소리들을 늘어놓는다.
 농담섞인 한국사람에 대한 불평들... 편하지만은 않다.
 그에 대한 몇마디 변명과 쓴소리들을 늘어놓고 방으로 들어가니 다들 그 사람보고 미친 할아버지라며 한마디 씩 불평의 소리를 낸다.

 이날 밤 난 잠을 잘 수 가 없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그 이탈리아 할아버지의 코골이때문에...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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