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Rabanal del Camino => Ponferrada

# Ponferrada 를 향하여..

 산을 넘어 내려가야 하기에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날씨가 도와주느냐, 몸이 바쳐주느냐가 문제인 하루였다.
 전날 모두들 Ponferrada 까지 가고 싶은데, 날씨와 산을 넘는다는 것 때문에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Rabanal del Camino 에 도착할쯤 비가 눈으로 바뀌고, 밤새 눈이 내렸기때문에 길의 상태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 세상에 뒤덮힌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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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banal del Camino 의 아침 -


 아침에 일어나 알베르게를 나서니 세상이 온통 하얀색으로 바뀌어 있다.
 길도 미끄럽고 오늘은 산을 넘어야 된다는 생각에 아찔하기만 했지만, 오늘은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독일 친구가 오늘 길을 걱정하는 나에게 '네가 피레네 산맥에서 고생한 것에 비하면, 이 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안심을 시킨다.
 

# 눈 덮힌 산을 오르다.

 이날부터 계속된 눈과의 싸움으로 몸이 고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늘은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어제 몸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이 경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 덮힌 세상이 가져다 주는 아름다움 또는 안도감이라는 모순적인 감정 때문이였던 것 같다.
 그만큼 한국에서 나는 눈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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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ncebadon 으로 향하는 언덕의 풍경들 -

 눈 덮힌 산을 오르며 같이 출발한 이들이 항상 시야에 머물러 있다.
 발걸음을 서두른 탓도 있을테고, 서로들 서로를 배려해주는 탓도 있을 것이다.
 서로를 스칠때마다 인사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을 앞서가기 시작한다.

 앞선 여정동안 머무는 마을의 알베르게를 제외하고는 크레덴시알에 스탬프를 받지 않았지만, Foncebadon 부터 들리는 곳이면 계속 스탬프를 받기 시작했다.
 Foncebadon 의 알베르게 겸 바에 들어서니 독일 친구가 먼저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고 있었고, 나는 이날 여정에 대한 대비로 오렌지를 사고 맥주를 주문했다.

 아침부터 맥주는 주문하면 사람들이 놀라고는 한다.
 정말이냐고 한번씩 되묻고서 맥주를 가져다준다.
 '몸이 안좋으니 술기운으로라도 올라야 겠어요.'

 한명, 두명 오늘 같이 출발한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하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 이날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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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의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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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십자가를 지날때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발을 맞추어 길을 상의 하면서 걸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날씨때문에 서로의 몸상태와 길을 논의 하면서..
 한국 분이 십자가 이야기를 꺼낼때까지 이 길위에 이 철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줄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그저 여느날처럼 걷는 길의 하나였을 뿐이였다.
 정상 부근의 십자가에 도착하니 눈발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다른 의미로 끝이보이지 않는 길과의 싸움이였다.


# 위험한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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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의 십자가 부근에서 다른 이들보다 발걸음을 서둘러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이제 내리막이라는 안도감은 잠시 눈 덮힌 산은 결코 호락 호락하지 않다.
 내리막이라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길을 걷는다.
 길을 안내하는 조가비나 화살표도 눈에 띄질 않아 잠시 길을 잃은 것은 아닌가 하느 걱정에 휩싸여 있을때 가판대의 흔적을 발견하고 안도하게 된다.
 
 카미노길은 눈으로 덮혀 있어 얼음 웅덩이에 발이 빠지기를 반복하고, 쓰러진 나무들에 길은 가려져 있었다.
 그래도, 이 순간 너무 즐거웠던 것 같다.
 길을 걷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내리막 얼음길에 넘어져 위기를 넘기면서도, 정말 미친듯이 어느 순간보다 즐겁게 걸었던 것 같다.


# 또 다른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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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어느 정도 내려갔을 즈음 마을에 나타나 허기를 채우며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마을에 도착하기 시작한다.
 한국 분은 무릎 상태가 너무 안좋아져 더 이상 가기 힘든 상태였고, 다른 이들도 지쳐 이 곳에서 쉰다고 했다.
 만일 이날 알베르게에 혼자였다면, 이 곳에 나도 머물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혼자 걷기 시작한다. Ponferrada 를 향해 가리라 마음 먹는다.

 마을을 벗어나 Molinaseca로 향하는 길을 걷다보니 조금씩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고지대를 벗어나니 눈밭이 사라지고 푸른 세상이 나를 반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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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linaseca 로 향하는 길의 풍경 -

 몰리나세카로 향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기에, 이 곳에 알베르게가 열었다면 쉬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마을의 알베르게 상태가 겉으로 보기에 너무 않아보였고 관리인에게 전화를 해 접수해야 했기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
 동네 청년들의 말장난도 불쾌했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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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linaseca -

# Ponferrada 로 향하다.

 Ponferrada 로 향하는 길 빗방을이 굵어지기 시작하지만, 우비를 꺼내 입는 것조차 힘들었기에 그냥 옷을 믿으며 발걸음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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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nferrada 를 향하며 -

 폰페라다로 향하는 카미노 길은 직선 길이라기 보다 빙 돌아가는 길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걸어도 걸어도 마을이 가까워지지 않는 기분이였다.
 전날 사람들과 이야기할때 폰페라다가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하길래 나는 단순히 조그만 마을인 줄 알았지만, 관광지스러운 큰 마을이였다.

 길을 잘못들고, 철조망을 넘는 우여곡절 끝에 폰페라다에 입성해 알베르게로 향한다.
 

# 의외의 재회.

 외곽의 공립 알베르게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한가득 모여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거기엔 그라뇽에서 이별했던 한국 가족 분들도 계셨지만, 재회의 기쁨이라기 보다 몸이 너무 피곤했기에 나를 챙기기에 급급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모두들 무리하지 않고, 쉬어가는 듯 했다.

 알베르게에 들어와 짐을 풀면서 그 어수선함에 차라리 이곳까지 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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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nferrada -

 짐을 내려놓고, 마을의 약국을 찾아 나선다.
 등의 통증때문에 붕대가 필요했고, 파스가 다 떨어진 상태였다.
 약값이 부담스럽긴했지만, 몸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였다.
 알베르게에 돌아와 오랫만의 재회의 썰을 풀고, 와인잔을 기울이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정이라는 것은 여전했지만, 어색함이 존재했다.

 분주함과 어색함 속에서 길고 깊었던 하루를 마무리 하며 잠에 든다.




 


2013/02/28 17:57 2013/02/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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