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Villafranca del Bierzo => Ruitelan

# 스탬프로 가득차 가는 크레덴시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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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가만히 크레덴시알에 가득찬 스탬프를 바라보며 지난 여정의 하나씩 되돌이켜 본다.
 생장에서 시작하여 길을 잃으며 시작된 카미노 여정이 이제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불현, 카미노 여정이 끝나고 난 뒤의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현실이 다시 현실로서 돌아온다는 것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 몸은 가볍지만..

 어제 알베르게에서의 식사가 입맛에 맞았던 것일까?
 알베르게는 여전히 추웠지만, 아침의 컨디션이 좋은 것이 느껴졌다.

 아침에 어제 맏긴 빨래들의 건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먼저 출발을 했다.
 눈으로 뒤덮힌 세상.. 미국 연인 중 한명이 눈 덮힌 산을 보며 사진을 많이 찍으로라고 말을 건넨다.
 분명 좋지 않은 의도였다.
 내가 당황하니, 다른 한명이 그 물음에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냥 내가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나는 그저 내가 다시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이 길의 풍경들을 조금이라도 더 사진에 남기고 싶었을 뿐이였는데, 마음이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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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llafranca del Bierzo 를 떠나며 -

# 화살표를 따라..

 마을 끝자락에서 갈림길이 나오고, 나는 내게 확신을 줄 수 있는 화살표들을 따라 걷는다.
 어느 정도 길을 걸었을까?
 아마도 갈림길에서 도로를 따라 걷는 길 방향으로 들어 선 듯 했다.
 처음 생각과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됐지만, 이날은 단단한 콘크리트 길이 싫지 많은 않았다.


 마을들을 스치며 길을 걷고 있는데, 앞서 출발한 미국 연인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주위 풍경을 즐기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여자를 배려하며서 걷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동반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도 알베르게 상황때문에 많이 고생했으리라..
 알베르게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나는 그들을 앞서가기 시작한다.

 오전내내 상쾌한 발걸음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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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itelan 으로 향하며 -


# Ruitelan 에서 멈추다.


 몸 상태도 좋았고, 오전의 날씨도 걷는데 너무나 좋은 상황이였다.
 하지만, 몸상태가 좋을때 무리를 하다 오히려 더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Ruitelan 의 알베르게에 대한 호평을 들었던 것이 이날의 여정을 Ruitelan 에서 멈추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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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itelan 으로 향하며 Vega de Valcarce 에서 -


# 재회


 마을 초입의 알베르게에 들어서 접수를 하고 이런 저런 설명을 드고 짐을 푼다.
 처음 들어설때는 의심스러웠지만, 너무나 안락한 알베르게였다.
 눈송이가 걷는데 방해 될만큼 다시 커지기 시작한다.
 미국 연인들의 상황이 걱정이되어 알베르게 창문에서 길을 바라보며 그들의 안녕을 기도하고 있는데 멀리서 누군가 마을로 향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틀전 산을 넘어오면서 서로 길이 엊갈렸던 독일 청년이였다.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열고 그를 불러 세웠고, 나의 호객 행위에 알베르게 들어선다.
 알베르게에 들어서서 인사를 나눈다.

 나와 같이 홀로 걷는 청년...
 그것만으로 하나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창문에 서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낯익은 무리가 지나가고 또다시 호객행위를 한다. 한국 가족들과 같이 다녔던 스페인 분들이였는데, 어제 나와 같이 마을에서 한국 가족들과는 헤어진 듯 싶었다.
 미국연인들을 혹시 보지 못했냐고 물었고,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다고 전해 들었지만 결국 미국연인들의 인연은 이날의 작벽인사가 마지막이 되고 만다.

 언제나 처럼 만나고, 헤어지며 다시 만난다.
 이길이 끝나지 않는 한, 그것을 기대하게 한다.


# 쌓여가는 눈 속에서..
 
 모두들 모여 푸짐한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길에 대한 상의를 한다.
 알베르게 주인은 절대 카미노 길로 올라가지 말라고 하고, 일행들은 카미노 길을 약간 돌아서 가는 길을 택하려 했다. 심하게 내리는 눈과 산길에 대한 서로의 암묵적 동의 속에 내일 걸을 길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걱정하는 내 모습에 독일 청년이 걱정말라며 안심을 시킨다.

 
 푸짐한 식사와 대화 속에서 오랫만의 안락한 잠자리를 맞이한다.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다음날 닥치게 된 고난에 대한 마지막 배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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