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 : Ruitelan > O Cebreiro

# 발자국을 따라 걷다.

 밤새 내린 눈이 세상에 가득하고, 오늘 걸어야 할 길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지난밤 사람들과 상의하고, 카미노 길을 살짝 우회하는 길로 걷기로 했지만 그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였다.
 독일 청년이 나를 안심시키고,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발자국만 쫒아 갈 거라고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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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보다 새하얀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


 독일 청년의 뒷모습과 발걸음을 쫒아 걷지만, 다시 등의 상태가 안좋아졌다.
 네 발자국을 쫒아 갈테니 안심하고 먼저가라고 말을 건네며, 그를 먼저 떠나보내고 휴식을 취한다.
 몸상태도 좋지 않고, 오늘의 길 또한 만만치가 않다.
 사람이 걷는 길 위에도 눈이 무릎까지 쌓였있었다.
 앞서 간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 조용히 나와의 싸움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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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의 갈림길에서..
 
 오세이브로를 향해 얼마를 걸었을까?
 산을 올라가는 길의 갈림길을 마주하지만, 어느 길이 옳은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스쳐가는 나를 바라보는 동네주민도 별다른 경고의 말은 건네지 않았고, 두 길 어느쪽에서도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찾을 수 가 없었따.
 그렇게 나는 오세이브로를 향해 카미노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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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Cebreiro 를 향하여 -

 오세이브로까지 4km 남았다는 카미노 표지판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지만, 가파른 경사와 갈수록 높게 쌓여있는 눈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렇다. 지난밤 길을 우회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카미노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산을 다시 내려가 길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등을 파고드는 통증과 힘들게 올라온 오르막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발걸음을 계속하게 했다.
 결국, 남은거리 4km는.. 내 인생의 발걸음에서 가장 길었던 4km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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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Cebreio 를 오르는 길 -


# 고립되다.

 허리까지 차있는 눈을 헤치며 이 구간을 지나가면 길이 좋아지리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것은 자연을 향한 나의 오만이였다.
 허리까지 차 있는 눈을 헤치며 걷는 것은 한걸음 한걸음 마다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좋아 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길은 계속 험해지고 가슴까지 길을 가로 막고 쌓여있었다.
 억지로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발걸음을 멈추며 시간을 지체 할 수록 조난 당할 것 같다는 공포가 순간 나를 엄습해왔다.
 마치, 세상 속에 혼자 존재하는 듯 한 기분이였다.

 카미노 여정의 첫날 산속에서 길을 잃었던 나에게 또다른 시련이 다가온 것이다.
 첫날 처럼 허공을 향해 큰소리로 욕을 하기도 하며, 혼잣말도 하며 불안감을 떨쳐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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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까지 차 있는 길에 갇히다. -


# 외딴 길에서 길동무를 만나다.

 끝이 보이지 않는 4km의 길 속에 갇혀있었다.
 한걸음 한걸음씩 눈을 헤치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침 같이 출발했던 동일 청년이 뒤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 길을 우회하는 도로 길에서 내가 불안감을 떨쳐내고자 외쳤던 목소리들을 듣고 이쪽 길로 넘어왔던 것이다.
 둘이서 같이 길을 헤쳐 나가기로 한다.
 가슴까지 차 있는 눈과 길을 비해 산비탈길을 헤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에게 발자국이 되어준다.

 말로 다 표현 못할만큼의 눈 길을 헤쳐 길을 올라 작은 말에 도착하고나서야 몸에 긴장이 풀렸다.
 독일 청년을 먼저 보내며 눈 위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멀리서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를 않자 걱정에 그가 나를 불렀다.

 나도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정상에 올랐을때 멀리서 다가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먼저 도착해 배낭을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의 감정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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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Cebreiro 의 정상 부근에서 -


# O Cebreiro 그리고, 이별.

 8km를 걷는데 6간이 넘게 걸려 오세이브로 마을에 도착했다.
 더 걸어야 할지 판단을 하지 못하는데 독일 청년이 이 마을에서 쉬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나도 그에 동의했다.
 같이 눈 길을 헤치고 온 것에 대한 동료 의식이 생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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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Cebreiro -

 마을에는 사진작가들이 눈으로 가득한 세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고, 눈 길을 뚫고 올라온 우리에게 카메라를 향했다.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관리인 아주머니가 독일청년에게 싫은 소리를 한다.
 라지에이터에 옷을 말리는 것에 대한 불평이였다.
 모든 것이 젖어가며 눈길을 헤치고 온 것을 생각해주지 않는 것이 야속했지만, 그것이 이 곳의 룰이였다.
 약간의 언쟁이 있은뒤, 그는 마음이 상했는지 다른 알베르게를 찾아 길을 더 걷는 다고 했다.

 10km 여를 더 걷는 다고하는 그.. 
 이미 시간은 오후4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나의 몸상태로는 그와 같이 갈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아쉬웠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이 이렇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줄 몰랐다.

 아쉬워하는 나에게 그가 포옹으로 인사를 건네온다.
 그가 떠난 뒤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이닥치기 시작하고, 알베르게는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짙어지는 눈에 독일 청년에 대한 나의 걱정도 깊어갔다.

 그 순간에는 내가 발걸음을 서두른다면 카미노 길이 끝나기 전까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내 카미노 여정의 마지막에 이를때까지 그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가슴 속의 추억만이 오늘까지 그리고 영원토록 짙게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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